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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전 후기-
바람정령 I 2009-05-18 I 조회 2483
손꼽아 기다리다가 가격정보를 확인하고선 포기했던 전시. 비싼 돈 내면서 사람에 치여 관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던 차에, 좋은 기회 마련해 준 아르떼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전시장엔 예상대로, 줄서 들어갈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대충 훑어보다가 사람들 빠지는 마감시간에 맞춰 다시 관람을 시작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작품들은 대작들로 익히 이름이 알려진, 유딧, 아담과 이브, 그리고 베토벤 프리즈. 왔다 갔다 하며 이 작품들만 한 시간 이상 감상했다.
  그 중 아담과 이브는 소장 욕구가 강하게 일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브의 시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미완성이라 하지만, 손 부분을 그려 넣지 않은 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완성작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뇌쇄적인 표정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빼앗던 유디트. 마치 피에 마취된 듯, 자아를 잃은 듯한 그녀의 표정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연 그녀는 자신을 그런 모습으로 가둬 둔 클림트를 원망할까, 불후의 명작으로 남겨졌다는 점에 감사할까…
  관람을 마칠 때쯤 되자, 대강 보아 넘겼던 드로잉 작품들에도 깊은 애정이 생긴다. 잠시, 실버피쉬와 이탈리아 정원 풍경 앞에서 넋을 잃고 서 보기도 한다. 빛을 본 지 얼마 안 돼 세상을 뜬, 미찌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오토 클림트의 수의 입은 모습을 보며 뭉클함을 느껴본다. 백색공포로 인해 화면을 색으로 가득 채운 그의 그림들 앞에서, 수많은 연인과 자식을 두었지만 결코 가정을 가지지 못한, 가슴 속 깊은 외로움을 품었을 클림트를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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